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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이자 푸념

취업과 퇴사 그리고 이직

by 유배엥 2024.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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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바다

대학교 졸업 후 첫 취업                           

나는 군대를 다녀온 후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26살에 칼 취업을 했다. 학교에서 4학년을 다니며 처음 해보는 취업 준비에 남들 다하는 영어 성적도 취득하고 전공 관련 자격증도 따고 한국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막상 어느 회사에 취업을 할지도 모르고 어떤 직무를 해야지 하는 목표도 없이 남들 따라 하기에 급급했다. 항간에 소문에는 "누구누구는 벌써 인턴십에 합격했더라", "누구는 4학년 하반기에 취업이 돼서 졸업할 때까지 유럽여행에 간다더라" 등의 소문이 나의 마음을 푹푹 찔렀고 나 또한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조급한 마음은 목표 의식 없이 여기저기 거의 모든 채용 공고에 서류를 집어넣기 시작했고 그중에 대구에 있는 한 Display 관련 회사인 중견기업에 취업이 덜컥 되어버렸다.

 

나는 중견기업이지만 내실은 탄탄해 보이고 연봉 자체도 나쁘지 않았기에 더 이상 취업 준비를 하지 않고 바로 입사를 해버렸다. 당시 입사 날짜가 2017년 4월쯤이었다.(26살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 당시 조급한 마음에 바로 취업을 해버린 게 지금 30대 시점에 가장 후회되는 선택이다. 후회되는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1. 원하지 않았던 직무

대학시절 나는 생산기술이던 품질 직무이던 연구개발이던 어떤 직무든 상관없으니 취업이 우선이었다.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거의 바닥이었기에 연구개발로 취업이 되어버려 무작정 연구개발로 뛰어들었다. 연구개발로 일하다 보니 느낀 점은 연구라기보단 거의 문서 수발이 업무였고 무엇보다 "파워포인트"가 거의 모든 주 업무였다. 매일매일 보고 자료 만들기의 연속이었고 무엇보다 보고 자료의 Quality보단 예쁜 보고서 만들기가 더 중요한 일이었다.

 

2. 사기업과 공기업

나는 26살에 취업을 했지만 대학교 다닐 때 가장 친했던 친구는 거의 29살까지 취업 준비를 하다가 공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사기업을 다니던 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고 친구를 보면서 생기는 마음은 "아... 나도 취업하지 말고 NCS를 더 열심히 공부해서 공기업 준비할걸..."이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이 생각이 바로 내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였다. 29살이면 늦지 않은 나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29살부터 매일매일 퇴근하며 다시 NCS 책을 들었다. 퇴근하고 NCS 공부를 하며 전공 시험까지 대비하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위 2가지 이유가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퇴사와 이직                           

이직을 준비하면서 목표로 둔 요소는 2가지였다. 첫 번째는 연구개발은 나와 맞지 않으니 생산 직무가 목표였고 두 번째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보단 큰 회사가 목표였다. 당연히 미래가 사기업보단 좀 더 보장이 되는 공기업이 목표였고 공기업을 준비하면서 여기저기 시험을 보러 다녔다. 물론 공기업만 준비한 것은 아니고 대기업에도 여기저기 서류를 넣고 같이 시험을 보러 다녔다.

 

이직 준비를 한지 한 2~3개월쯤 되었을까? 운이 좋게도 한 대기업에 면접 기회가 찾아왔고 나는 연차를 사용하고 면접 장소로 갔다. 소위 말하는 중고 신입이기 때문일까 26살 때와는 달리 전혀 긴장이 되지 않았다.

 

"떨어지면 지금 회사 계속 다니지 뭐..."

 

위 멘트가 나에게 있어 거의 마법 같은 문장이었다. 26살 때의 취업해야겠다는 조급함은 없어지고 여유로운 나 자신만 남게 하는 문장이었다. 그렇게 자신감 있게 면접을 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직장 생활을 지속해나갔다. 면접을 본 후 2주쯤 지났고 금요일 퇴근 후 쉬고 있는데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최종 합격 여부를 알리는 메일이었다. 메일이 온후 메일 본문을 거의 1시간은 보지 못 했던 것 같다.

 

"과연 합격했을까?", "떨어지더라도 나는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제발 합격했으면..."

 

면접 볼 때도 떨지 않았던 내가 덜덜 떨면서 메일을 확인했다. 결과는 "합격"이었고 그날로 바로 퇴사를 준비했다. 난생처음 하는 퇴사지만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나도 대기업에 다닐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올랐고 무엇보다 나의 앞날이 창창하게 빛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하루의 일상                           

"나의 앞날이 창창하게 빛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 것만 같았다. 20년 8월 1일 퇴사 후 20년 8월 31일 바로 대기업으로 입사를 했다. 처음 1년은 정말 매일매일이 설렜던 것 같다. 남들에게 이직 여부를 말하면 누구라도 축하를 해줬고 나를 부러워했다. 그런데 중고신입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회사 때문일까? 1년 쯤 지났을때 부턴 다시 그저 그런 하루로 돌아왔다. 이전 직장에서의 하루와 다를게 없었고 무엇보다 연구개발에서 내가원하던 생산기술 직무로 왔음에도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아니 차라리 연구개발 직무로 일할때가 더욱 즐거웠던것 같기도 하다. 이때부터 매일매일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있다.

 

"아... 돌아가고 싶다."

 

진심이었다. 이전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차라리 연구개발 직무가 정신적으론 좀 더 힘들어도 보람이 있었고 성과를 내더라도 눈에 띄는 결과가 있었다. 생산기술도 물론 매력 있는 직무지만 개인적으론 쳇바퀴 도는 삶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정말 하루하루가 지루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30대 초반부턴 정말 이것저것 손을 많이 댔다. 그림도 그려보고 사진도 찍어보고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모두 같은 이유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고 원하던 일을 찾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아직 까지는 찾지 못했다.

 

지난 7~8년간 남들이 잘 경험해 보지 못하는 취업과 퇴사 그리고 이직을 모두 경험하니 그때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최태성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던 "공부를 하고 일주일이면 까먹더라도 내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라는 문장이 아직도 생각나는 것 보면 이렇게 일기로라도 나의 과거의 삶을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제2의 퇴사를 하던 제2의 이직을 하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좀 더 "빛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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